한일의 생각

당신이 국가고시 문제를 틀리는 이유

Hanil한일 2024. 4. 3. 20:19

제목 어그로 먼저 죄송합니다..^^
 
오늘 주제는 임상상황에서 발생하는 인지적 오류(Cognitive errors)에 대한 내용이다.

당신이 의사로서 활동하면서 발생하는 오진의 70%의 경우는 다음과 같은 인지오류 때문이라고 한다.

이는, 대부분은 잘못된 heuristics(휴리스틱)의 사용에 의한다.

휴리스틱이란, 제한된 시간과 정보가 주어진 환경에서(즉, 국가고시 시험문제) 정확한 근거를 사용하지 않고 직관을 이용해 "대충 때려맞추는" 직관적인 문제 해결 방식이다. 
 
예를 들면, 우리가 GS25에서 시원한 물을 사려고 할 때, 매장 앞에 있는 진열대부터 하나하나 찾으면서 가지 않는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시원한 물은 편의점 구석의 냉장고 안에 있다' 라는 경험을 바탕으로, 그대로 매장을 가로질러 구석의 냉장고로 향한다. 
 
이처럼 우리는 문제 해결에서 휴리스틱이라는 "정신적 지름길(mental shortcut)"을 사용하는데, 이러한 지름길은 빠른 시간내에 해결법을 찾는 데에 도움을 주지만, 여러가지 인지적 오류를 발생시키도 한다.

임상 상황에서 발생하는 인지적 오류 중 대표적인 것들은 다음과 같다.
 

 1. Anchoring Bias

첫 번째로 내린 진단에 고착되어서 (i.e. 완전히 꽂혀서) 다른 진단을 내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경우

짧은 국가고시 예시를 한 번 보자.

60세 여자가 정신적인 스트레스 에 인해 악화되는 명치 아래쪽 의 불편감으로 내원하였음. (이하내용 생략)

이러한 증례의 첫 문장을 읽는 순간, 많은 의학도들은 GERD(위식도역류), 정신과 질환 등을 떠올리고는 한다.

하지만, 위 경우 가장 심각한 질병 중 하나인 비전형적인 증상과 동반된 심혈관질환(협심증)일 가능성을 절대로 배제 할 수 없다. 실제로, 해당 증례의 정답은 안정형 협심증이었다. 

이처럼 첫 문장을 읽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한 질환의 impression에 꽂혀버린 나머지, 다른 질환을 무의식적으로 배제하는 결과를 종종 일으키고는 한다.

다지선다형 문제의 경우, 문제를 풀 때나 공부할 때 배제진단의 방법, 즉 정답을 제외한 선지의 질병들이 정답이 아닌 이유를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서 개선될 수 있다. 이러한 오류는 실제에 기반한 임상 문제를 많이 풀수록 줄어든다고 한다.

즉, 개념 암기도 중요하지만 KMLE나 임종평 등 임상 기반 문제를 많이 풀수록 도움이 된다. USMLE의 경우도 연구에 따르면 높은 점수와 직결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푼 문제의 갯수라고 한다


2. Availability Bias

최근에 본 케이스나, 인상 깊은 케이스를 더욱 잘 기억해서 오진단을 내리는 경우

당신이 최근 감염내과 실습을 돌면서 케이스 발표를 했던 결핵의 증상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다고 하자. 

54세 남자, 갑자기 시작된 호흡곤란과 기침, 소량의 객혈로 내원하였음. 내원 시 빈호흡, 37.5도의 미열이 있었으며, 신체진찰 상 왼쪽 다리에 부종이 있었음. 흉부 X-Ray상 좌측 폐의 pleural effusion이 관찰됨.   (이하내용 생략)

당신이 결핵을 최근에 매우 인상깊게 공부하였다면, 위 내용을 읽자마자 결핵을 진단하기 위해 결핵 검사를 처방할 수 있다.
 

사실 결핵 또한 근거가 없는 impression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갑자기 시작된 양상, 호흡곤란, 객혈, 빈호흡, 한 쪽 다리의 부종(=DVT 징후), 미열 등을 종합해 보았을 때, Modified Well's Criteria에 의해 폐색전증(pulmonary embolism)의 높은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만약 위 환자가 실제로 폐색전증이라면,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급격히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여담으로, 나도 요양병원 근무 초기에 가벼운 복통을 주소로 한 bowel perforation and sepsis 환자를 목격했기 때문에, 이후 다른 환자를 볼 때도 복통을 주소로 콜이 오면 긴장하게 되고, 조금이라도 애매하면 바로 CT 촬영을 위해 전원보내는 등 과한 신경을 쓰게 되었다... 

오진의 범주는 아니더라도, 최근 본 환자 때문에 비슷한 환자에 과도한 신경을 쓰는 현상도 availability bias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최근에 본 케이스나 인상깊은 케이스에 매몰되지 않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문제를 접근 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3. Confirmation Bias

의사가 생각하는 진단명이 있다면, 그 진단에 합당하는 증거를 강조하고 반대되는 증거를 무시하는 오류
70세 남자가 최근 몇 개월간 매운 음식을 먹은 후 타는 듯한(burning) 목 안쪽 통증을 주소로 내원하였다. 최근 6개월간 10kg가 줄어들었으며, 최근 운동량이나 식사량의 변화는 크지 않다. 최근 1개월 전부터 음식을 삼키는 데에 약간 어려움을 느낀다고 한다. 40갑년의 흡연자다. (이하 생략)

위 환자에 있어서 의사가 본인이 진단을 내린 GERD(위식도 역류병)이라는 진단명을 굳게 믿고 있다면, 매운 음식을 먹고 발생하는 throat pain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동반되는 다른 증상을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무시할 수 있다. 

위 환자에서  의도하지 않은 체중감소, dysphagia, 높은 흡연력 암을 의심케 하는 history이기 때문에 GERD가 강력히 의심된다 하더라도 암을 절대로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의사가 본인이 생각하는 진단명에 맞추기 위해 진단명과 일치하지 않는 증거들을 무시할 수 있는데, 이를 confirmation bias라고 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의학 임상 문제를 공부할 때 본인이 생각하는 impression에 일치하지 않는 증상/징후들을 아무 생각 없이 넘기지 말고 '왜 이 환자에서 이런 증상을 보일까'를 고민해 보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4. Framing Bias

맥락(context)이나, 다른 부가적인 정보에 의해 진단이 영향을 받는 경우
60세 입원 환자가 어제부터 심한 복통을 호소한다. 복부 중앙 부위에 촉진 시 '악' 소리를  내면서 아파한다.  장음 청진 상 장음이 항진되어 있다. 환자는 입원 전부터 계속 펜타닐을 남용하던 환자로, 입원 이후에도 계속 진통제를 처방해 줄 것을 요구하는 등 펜타닐에 의존증상을 보인다. 비아편계 진통제인 타이레놀 등을 처방하였으나 복통이 나아지지 않는다고 호소한다.  (이하 생략)

아편계 진통제(펜타닐) 의존 환자에서 복통은 흔한 금단중상 중 하나다. 

만약 의사가 위 환자에 있어서 아편계 중독이라는 맥락, 부가적인 정보에 휩싸여 복통을 단순 금단증상으로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위 환자에서 심한 복통, 압통, 그리고 장음 항진 등은 다른 기질적인 질환을 의심하게 한다.

결국, 엑스레이 및 복부 CT 촬영 결과 위 환자의 진단명은 장폐쇄(bowel obstruction)이었다고 한다.


이처럼 제한된 시간에 주어진 문제를 풀어야 되는 시험(KMLE, USMLE) 들은 상황 판단에 있어서 주관적인 bias가 개입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의학 공부에 임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만약 틀린 문제가 있다면 '에이, 틀렸네' 하고 넘기는 것 보다는,

본인이 왜 틀리게 되었는지 (e.g. 단순지식 부족 때문인가? 인지적 오류 때문인가? 문제를 잘못 읽었는가?), 만약에 인지적 오류로 틀리게 되었다면, 어떤 오류로 인해서 틀리게 되었는지 고민을 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